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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치과/봉사&선교 후기

[선교후기] 바세코이야기 - 필리핀 바세코 선교 (즐거운치과, 양예림 진료팀장)

[선교후기] 바세코이야기 - 필리핀 바세코 선교 (즐거운치과, 양예림 진료팀장)


필리핀행 비행기 안에서 나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소중한 것을 얻고 돌아오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참 가보고 싶었던 필리핀이었다.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1주일간 직장을 비우고 떠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방학이라 가장 바쁠때 자리를 비우는 것은 참 죄송하고 염치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원장님들과 직장 선후배님들의 배려로 꿈에 그리던 필리핀을 가게 되었다.
많은 분들의 기도와 후원으로 떠나게 된 필리핀행 비행기 안에서 나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소중한 것을 얻고 돌아오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필리핀 땅을 밟는 순간, 뭔지 모를 뭉클한 마음이 밀려왔다.
앞으로 있을 사역과 보고 듣고 느끼게 될 필리핀 때문에 이미 나와 우리 팀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우리는 바세코로 향했다.
차안에서 선교사님을 통해 대략적인 설명을 들으며 두시간 쯤을 달렸을까. 화려하고 멋진 건물들을 뒤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쓰레기 더미 위에 판잣집들이 빼곡이 들어선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몇 년 전엔 바세코에 큰 화재가 발생했는데 화재의 범인은 다름아닌 필리핀 정부였다고...

바세코는 마닐라 근처에 있는 빈민가로 집이 없고 갈곳 없는 사람들이 쓰레기 처리장에 모여 사는 허름한 곳 이었다.
화려한 도시 바로 옆에 위치한 빈민가여서 바세코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고 했다.
몇 년 전엔 바세코에 큰 화재가 발생했는데 화재의 범인은 다름아닌 필리핀 정부였다고...
정부에서는 바세코를 개발시켜 대형 몰을 짓기 위해 이곳에 사는 사람들을 뿔뿔이 흩어 놓으려 불을 질렀다고 했다.
바세코의 대부분은 판잣집이어서 순식간에 쓰레기와 함께 거의 대부분의 집이 다 탔다고 했다.
이곳 사람들은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잃었지만 정부에 대항조차 하지 못하고 갈 곳이 없어 다시 바세코에 모여 판잣집을 짓고 살아야만 했다.
쓰레기 냄새와 눈앞에 바람만 불어도 쓰러질 것 같은 집들이 2층, 3층으로 올려져 있는 모습이 충격 그 자체였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최근 들어 이곳에 고등학교가 지어지고 정부에서 트럭을 보내어 산더미처럼 깔린 쓰레기를 담아가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바세코는 도박과 마약문화에 물들어서 아이들을 잘 돌보지 않는 부모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이곳에서 우리가 해야할 일은 그런 아이들을 봉사였는데, 점심을 제공하는 것과 머리 감겨주기, 아픈 아이들에게 약도 나눠주고, 페이스페인팅도 해주면서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이었다.
사역은 바세코 안에 위치한 교회에서 이루어졌는데 10분정도 걸어야 했다.
걷는 내내 아이들은 우리에게 손을 내밀어 하이파이브를 청했다. 환경과는 다르게 아이들은 생기 넘치고 행복해보였다.


 



가슴이 아픈건 먹고 남은 음식을 가족을 위해 비닐봉지에 담아가는 몇몇 아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교회에 도착하자마자 밥을 먹기 위해 수많은 아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세 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부터 초등학교 5,6학년정도 된 아이까지 삽시간에 수십명이 모였는데 잘 먹지 못해 체구가 작고 마른 아이들이 대부분이었고, 간혹 피부병으로 얼굴에 붉은 반점이 있는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하나같이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아이들은 우릴 향해 손을 내밀고 우린 그 작은 손에 밥과 닭고기가 담긴 식판을 건네 주었다. 윤기 없는 밥에 닭고기 반찬 뿐이었지만 그것도 없어서 못 먹는 아이들이 태반이라고 했다.
더욱 가슴이 아픈건 먹고 남은 음식을 가족을 위해 비닐봉지에 담아가는 몇몇 아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이런 상황 가운데서 참 신기한 것은 어느 하나 슬퍼 보이거나 어두워 보이는 아이들이 하나도 없었다.


 

 

땀이 줄줄 흘렀지만 더위를 잊을 정도로 행복을 느끼며 봉사했던 것 같다.

Feeding사역을 마치고 우린 챙겨간 풍선을 불어 나눠주기도 하고, 볼에 예쁜 그림도 그려주고, 손톱에 알록달록 매니큐어도 발라주며 아이들과 어우러져 갔다. 한쪽에서는 약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구급약을 나눠주고, 이를 잡기위해 머리를 감겨주는 일도 함께 했다. 날씨가 너무 더워 땀이 줄줄 흘렀지만 더위를 잊을 정도로 행복을 느끼며 봉사했던 것 같다.
풍선을 하나씩 들고 기뻐하는 아이들을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헤어짐이 아쉽기만 했다.



기회가 되면 내가 가진 작은 달란트로 바세코에 가서 의료 봉사를 하고 싶다.

내가 바세코 아이들에게 행복을 전해주러 왔지만 사실, 행복이 무엇인지 아이들이 나에게 알게 해주었다. 비록 배고픈 나날들의 연속이고, 주변엔 온통 쓰레기로 가득하지만 맑고 밝은 이 아이들로 인해 바세코는 희망이 보였다.
머지않아 많은 학교와 교회가 세워지고, 깨끗한 환경과 그 속에서 행복해 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바세코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되길 간절히 기도하며 기회가 되면 내가 가진 작은 달란트로 바세코에 가서 의료 봉사를 하고 싶다.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그들에게 나눠줄 풍성한 마음을 가지고..